160605_아가씨를 보고 영화

0.
박찬욱 감독, 각본 정서경, 박찬욱, 원작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feat.문소리
6월 1일 개봉.
145분.


1.
총평
1부 2부 3부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깔끔한 전개와 깔끔한 갈등, 깔끔한 반전, 깔끔한 정리, 깔끔한 결말.
영화 전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심도있게 깊이 다룬다기 보다는
깔끔한 마감을 내기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영화 자체에 대한 점수는 3.5점이지만 깔끔한게 내 취향에 맞아서 4점을 줄 수 있는 영화.



2.
1부
김태리라는 배우한테 러닝타임의 3분의 1이라는 시간을 확실하게 던져주었고,
그 기대와 긴장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고아로 태어나 뒷골목에서 당차게 살아가는 숙희의 모습,
히데코를 좋아하게 되는 순정파 타마코로서의 모습.
두 모습이 공존하는 풋풋한 여자의 상을 잘 담당해 내었다.
신인 배우로서 쉽지 않은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시에서 작지않은 역할이었음에도
어떤 때는 이쁜 얼굴로, 어떤 때는 힘있는 연기력으로, 나름 당차게 헤쳐나간다.
수지랑 아이유 섞은 얼굴 이쁘당>_<

1부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담당하는 부분으로
마치 채색하기 전 윤곽선 같은 느낌이다.



3.
2부
솔직히 김민희에 대해 실망하던 중이었다.
노출 빼고는 김민희의 존재감이라고는 없는 그냥 미친 여자 역할에 그치나 했다.
그러나 2부로 들어서면서 부각되는 히데코의 역할과,
자신을 폭발시키듯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김민희의 연기력은 가히 박수를 칠만 하다.

1부의 밑그림 그리는 시간이 지루했다고 외치기라도 하듯
2부에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채색 과정은 이 영화에서 피우는 화려한 꽃과 같다.

1부에 숙희의 풋풋한 사랑 방식을 그려냈다면
2부에 보여주는 히데코의 사랑 방식은 완전히 다른 하나의 방식이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인간관계에 예민하게 길들여진 히데코의 마음에
훔치고 때리는 단순 범죄에만 능하지 인간의 더러운 욕망들에는 젬병인 숙희가 어떤 느낌으로 자리잡는가.
2부에서 비로소 이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사랑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이 여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이라는 것도 명확해진다.
(넘나 적나라한 신음 소리 후에 오는 깨달음 ㅋㅋ)

2부의 배경을 채색하는 야설읽기는 참으로 신선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지나가던 야설 탐독가 환호! 워후!)
야설로 주로 자위하는 어떤 지나가던 20대 남자의 경험담에 의하면
야한 텍스트와 그를 소화하는 역량있는 목소리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후설하도록 하죠
에스엠과 흔히 말하는 변태적 성취향에 대해서도 살짝 다루고 있긴 하지만
뭐 정말 편안하게 다루는 수준이다.
조진웅의 연기도 정말 깔끔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의 성적취향 연기이다.



4.
3부
3부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하정우라는 캐릭터이다.
순진한게 불법이라는 말은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순진한 사람은 다른 어느 것도 아닌 법에 의해 피해를 받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게 아니라
부자의 자유, 여유, 안목을 갖고 싶었던 그는
스스로가 이미 자신이 말한 순진한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순진함이 외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도.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긍정하고 정확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하정우의 모습은
너무 정확하고 적절해서
내 모습과도 같다.
그런 사람에게 죽음이 무슨 장애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런 순진함 없이 이어지는 삶이
그런 순진함을 직시하면서 끊어지는 삶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누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자신을 구성하는 그런 순진함을 찾는 것,
잃지 않기 위해 더 정확하게 알아가는 것,
그것 이상의 삶의 과정이 있을까.

여튼 여운이 좋았다.
깔끔한 여운.



5.
문제는 이거다
너무 깔끔하다는 거.
뭔가 아쉽다.
더 경직되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척 했어야 된다는게 아니다.
뭔가 절절함이 부족하다.
포장재가 너무 미끈거려서
안에 담긴 내용물이 손에 착 감기지 않는 불편한 느낌.
분명히 내 손에 딱맞게 주문제작된 물건이고 손모양에는 딱 맞는데도
뭔가 알수없게 힘전달이 이상해서 손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는 느낌.
뭘까 생각해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떠오르는 바가 없다.
별 4개를 주기에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점.
별 세개 반이라기엔 너무 웰메이드고 네개를 주기엔 뭔가 꺼림찍하다.
정확히 말하면 3.7정도를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제작비가 150억이라는 혹시 그것때문일까)



6.
그럼에도 올해 본 영화중에 주토피아랑 같이 손에 꼽을 만한 영화라는건 분명하다.
하지만 덜 친한 사람에게 소개하긴 좀...(넘나 야한것)
야한것도 그렇지만 영화 전개 방식도 진득하게 한 주제 이야길 하는것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비호감일 정도로 강하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여러번 등장해서 추천에 망설여 지는 것도 있고.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뛰어난 시나리오, 연기, 영상미,
어느 하나만 보더라도
만원이 아까운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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