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07_마브러브 얼터너티브를 하고- 게임

0.
2003년 마브러브, 2006년 마브러브 얼터너티브.
제작은 아쥬. 시나리오라이터는 웨이루신(처음들음)
마브러브 엑스트라+언리미티드 에 이어서 마브러브 시리즈의 이야기가 완결되는 형식의 얼터너티브.
플탐이 어마어마하다.




1.
일단 뒤로 갈수록 너무 말이 많다.
어휴 속터져
근데 또 이말들이 쓸데없는 헛소리들이 아니라
앞뒤가 착착맞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정교한 설정들이라 그냥 넘기기도 뭐하다는게
이 게임의 더 귀찮은 점이 되어버렸다.

확실히 지금까지 해본 게임들 중 세계관 설정은 이 게임이 탑인거 같다.
물리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얽히고 물려들어가는 설정들이
정말로 자연스럽다.
근데 문제는
그게 다라는 점.
그 완벽한 세계관속에서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너무 약하다.
물리적으로 완벽한 형태의 아름다운 휴대폰케이스를 만들었는데
휴대폰 내부가 텅텅비어있는 느낌.

결국 하려는 주제는
타케루의 정신적 미숙함이 다른 사람들의(특히 유우코의) 도움과 시련을 함께 겪으면서
점차 성숙해간다는 그런 이야기인데
그 성숙의 매커니즘을 정확하게 짚어내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을 피상적으로 묘사하고 있을 뿐.
그 과정에서의 타케루의 감정만을 묘사하지
그 과정을 유발하는 키 포인트들은 어물쩍 넘기고 있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야 언니의 말을 수십번 반복 회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타케루가 연약해보이고 의존적으로 보이던 마음이란
남탓하는 마음, 내가 가진 조건에 책임을 전가하는 마음,
타케루가 열심히 이세계 저세계 옮겨다니면서 사람들을 구하고자 했던 마음은
인류를 구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책임감,
+자신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우월감
종국에 지인들의 죽음에 그렇게 집착했던 마음은
타케루의 정이 가득한 따뜻한 마음.
일면 전형적이어 보이는 타케루라는 캐릭터에는
매우 복합적인 정서들이 들어가 있는데
이 게임은 매우 상식적인 선에서 타케루의 행동을 전개한다.
그 때문에 이야기의 전개 자체는 매끄러운 편이지만
타케루를 움직이는 마음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뭉뚱그려져서
도대체 감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고나니 남는건
마치 할리우드 마블 블록버스터를 본 것 처럼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펼쳐진 하나의 액션물을 본 것 같은 공허한 기분밖에는 없다.

그런데 그렇다면 또 문제인 것이
그런 블록버스터급 거대한 세계관의 액션물이라기엔
말이 너무
너무너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무릇 블록버스터란 호쾌함에 그 맥을 두는 것이다.
이게임은 뭐 설정이 너무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거의 추리소설급 단서와 밑밥찾기를 하고 있다.

즉 이 게임은 컨셉이 일관되지 못해서 그 장점이 너무나도 많이 묻히고 있다.
순애로 갈거면 순애로 갔어야 했는데
순애의 핵심인 감동과 사랑을 전달하기에는
순애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들어간 설정들이 너무 방대해서
보는 사람의 목에 턱 걸린다.

거대한 세계관의 로봇 장르물이라기에는
자잘한 설정들이 얽히면서 펼쳐지는 반전들이 너무 많아서
로봇들의 전투나 전쟁의 호쾌함이 완전 죽어버렸다.

타케루의 성장물이라고 보기에는
타케루가 성장하면서 겪는 심리적 과정이
너무나 단선적이다.
자신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 -> 세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 힘들어서 주변에 짜증부린다 -> 주변사람들이 죽자 멘붕한다 -> 멘붕한 상태로 도망친다 -> 도망쳐도 주변사람이 죽는다 -> 울며겨자먹기로 다시 돌아와서 정신차리고 문제를 해결한다.
이게 타케루의 성장물이었다면
각각의 과정에서 타케루의 심리적 반응에 대한 타케루의 개성이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그저 누구나 그럴만하지 않음?
정도의 질문을 던지듯이 우와아아 하면서 각각의 과정을 그냥 점프한다.
세계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타케루는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마음을 먹게 된건지
노력하다 힘든 타케루는 어떤 마음이 지켜서 주변에 짜증을 내는지
주변사람이 죽었을때 타케루는 어떤 마음이 다쳐서 멘붕하는지
멘붕했을 때 왜 타케루는 도망을 택했는지
도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때 타케루가 더 도망을 가지 않고 정신을 차리는 이유는 뭔지
전혀 타케루의 캐릭터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데 너무 미숙함이 느껴진다.

그냥 하렘물로 갔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게임은 후반부로 가면서 좋든싫든 스미카만을 메인에 두고
다른 여자들은 그냥 친구관계로 선을 그어 버리면서
다시 한번 게이머가 몰입할 여지를 없앴다.

남은건
설정 뿐이다.
내 생각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설정.
근데 이게 또 설정으로 주제의식을 전달하기에는
설정에 존재하는 미세한, 그러나 뉘앙스를 전달하는 작은 빈틈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예를 들면
평행세계 이론도 좋았고
세계간 완전히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분기가 존재한다는 연결성도 좋았다.
그러나 원인이 된 사건을 바꾼다고 해서
다른 세계에 파생된 결과사건들까지 소급되어 없어질 거라는 어설픈 결론이
이 게임의 무게감을 뚝 떨어뜨렸다.
가장 핵심이 되는 설정인 인과도체가 된 이유가
단지 스미카가 다시 만나길 원해서
우연히 G탄이 터질때 스미카가 바랐던 염원이어서 라는 점은 로맨스로 넘어간다 치더라도,
 인과도체로 루프를 설명하는 부분과
루프가 끝나면 그 전까지 루프하던 세계들은 모두 사라지고
마지막 결과만 남은 세계만이 존속할거라는
어설픈 메데타시메데타시 설정이 흥미를 반감시켰다.
평행세계과
세계 사이의 영향이 가능하다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시간 축을 되돌아가 같은 세계의 이전 시간축으로 간다는 설정은 내 생각엔 너무 말이 안되는 설정이다.
단지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흐르는 옆세계로 옮겨타는 개념이 되는거지
이 세계의 시간축을 되돌아가는게 아니다.
당연히 거기서 사건을 해결하더라도
그 세계에서만 해결된 채로 존속하는 것이지
무슨 이전에 거쳐왔던 세계들에 존재하던 죽음이 전부 사라지고
행복해지는 이런건 불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설정으로 주제의식을 전달하려는 의도는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너무너무 실망적인 결과만을 안겨주었다.



2.
작화가 좋은 편은 아니다.
음악도 뭐 특별히 좋지는 않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잘 살리지는 못했다.
액션이 호쾌하진 않았다.
핵심 내용에 비해 대사가 너무 많았다.
핵심 주제의식이 분명하지 않았다.
게임성을 너무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적, 전술적 설정이 어마어마한 수준의 완성도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별 세개 반.
설정 캐리.
그리고 이게 10년전 작품이라니 놀랍긴하다.

*최고의 엔딩은 엑스트라 마리모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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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가나다라마바사 2015/11/12 05:56 # 삭제 답글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고하는 요소들과 열혈 컨셉 작품의 최후.

    세계관과 자잘한 설정들이 대단하긴하지만
    열혈이란 장르 앞에선 주인공의 성장과 해피엔딩은 어쩔수 없는 필수
    땔래야 땔수없는 관계

    깊게 생각하지않고 단순히 작품에서 보여주는 텍스트만으론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작품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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