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623_시원찮은 그녀의 육성방법을 보고- 애니

0.
2015년 1분기.
후지테레비의 노이타미나에서 방영. 제작사는 A-1 Pictures. 원작은 시나리오 라이터 마루토 후미아키(화이트 앨범2의 시나리오)의 라노벨(데뷔작).

노이타미나에서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적(도서관 전쟁, 공중그네,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은 있지만, 라이트 노벨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류죠 나나나의 매장금에 이어 두번째 작품이다.

원작자인 마루토 후미아키가 직접 모든 에피소드의 각본을 집필했고, 0화는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된다. 0화까지 합치면 모두 13화인데, 노이타미나 1쿨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11화로 끝났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인 일.

BD 1권 판매량은 10,536장 정도로 집계되었다. 대다수 하렘물들이 그렇게 높은 판매고를 올리지 못하는 추세임에도 대단히 고무적인 판매량이 나왔다.

2015년 5월, 2기 제작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미 노이타미나 발표회에서 결정된 작품들의 방영이 먼저이므로 비어 있는 시간대는 빨라도 2016년 봄이 제일 빠르다.

-나무 위키 해당항목 발췌



1.
재밌다.
일단은 작화에서 놀랐고(요즘 작화에서 자주 놀라는거 같다 너..)
잦은 노출에 놀랐고(하악하악)
매화 치고 나오는 츳코미와 섹드립들이 재밋엇고
식상함 속에서도 식상하지 않은 카토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는데
그것보다도 빠져들게 만든건
작품 중간중간 드러나는 작가의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솔직히 4화까지는 그런갑다 하고 보고 있었다.
거기에 '카토를 대체 어떤 캐릭터로 만들려고 저렇게 어색한 캐릭터를 잡았지?' 하는 호기심?
근데 5화부터 감탄하기 시작함.

"그런데 에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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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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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해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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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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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엄청난 질문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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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혐오 오타쿠<BR>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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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닭살 돋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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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데, 데이트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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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데, 데이트 신청인가…
<Sync Start=277340><P Class=KRCC>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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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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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에서 싸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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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건 정말<BR>
예를 들 경우의 얘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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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에서 여자애와<BR>
옷을 둘러본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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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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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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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쓰레기처럼 많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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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함이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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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옷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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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나 코디네이터 씨한테<BR>
고르게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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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지기 아가씨의<BR>
특수성은 내버려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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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런 답답한 상황이 됐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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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면 어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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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걸 나한테 묻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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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면 알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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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항상 가면을<BR>
쓰고 있는 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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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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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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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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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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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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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에서 싸우는 법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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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를 노려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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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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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사전 조사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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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말을 맞춰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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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힘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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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로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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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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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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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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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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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질문은 자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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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와 어울리지 않는<BR>
언동은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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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장을<BR>
강요하는 건 물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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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그런 건 재미없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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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함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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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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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런 건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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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필드에서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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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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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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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평소의 내 모습으로 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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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무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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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숨겨진 일면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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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토는 그렇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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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비 오타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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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타쿠들 사이에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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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평소 그대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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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녀석의 그런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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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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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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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을 상대로<BR>
무승부를 노린다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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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 미소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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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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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리얼 데이트잖아
<Sync Start=402537><P Class=KRCC>
상대는 카토 양이잖아…"



2.
사람은 누구나 능숙하고 사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아무리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고분야가 있다.
이건 적성이라고 말해도 좋겠고 개성이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사람마다 다르지만
분명한건 눈코입 팔다리 사람처럼 태어난 사람인 이상
그 갖고 있는 능력의 총량은 비슷하다는거다.
다만 어떻게 편중되어 있는지만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의 편중은
우월과 열등의 일률적인 지표로 판단되지 않고
다양함과 새로움의 개성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누구에게나 어웨이는 존재한다.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건 음과 양의 문제라서 정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모든 부분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마치, 친구관계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은 혼자 있을 때에 허전함을 느끼고
혼자 있는 것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은 혼자 있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서 친구관계에 대한 절실함이 떨어지는 것과 같다.
가졌기 때문에 못가짐을 갖지 못하는 그런 것이다.

(표현은 좀 부적절하다. 우리가 가진 것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사실은 못가진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과연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과 사람과 관계하는 능력 중 어느것이 가진 것이고 어느것이 못가진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관계를 잘하는 사람이 가진자이고 못가짐을 못가지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혼자있는 사람들을 못가진 사람으로 치부하는 편향된 우열의 잣대로 묘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에리리는 그 어웨이에서의 싸움법을 이야기한다.

'무승부를 노려라'
미리 준비를 하고
이해가 가지 않아도 상대방에 맞추고
주위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삼가고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 말고
미소를 지어라.

얼핏 그저 그렇게 사는 방법같아 보이는 이 행동수칙들은
과연 그런가?
아니
제대로 자신과 마주해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정말 못하는 부분에서 생겨나는 열등감과 부딛쳐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하지 못할거다.

책을 보는 것이 재미없는 수험생
통계학 과목 시험에서 항상 꼴찌를 하는 통계학과생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등병
가족관계에 열심히 하는 방법을 모르겠는 아들

정말 잘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때,
그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할때,
마주하는건 나의 벽이다.
내안에 존재하지 않는 능력이 있음을 느낀다.
내 경기력에는 홈과 어웨이가 다름을 느낀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고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인생의 선배들의 말을 듣고 타인의 못난점들을 발견하다보면

그 어웨이란게 나 자신의 열등함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이해하게 되고
대신에 어웨이에서의 다른 싸움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사실 못하는건 잘못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내 홈그라운드가 아닌게 잘못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어웨이인데도 홈처럼 잘하고 싶은 나의 욕심,
사실은 홈인지 어웨이인지, 홈과 어웨이는 어떻게 다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무지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내가 갖지 않은 것은 무승부를 노린다.
이 일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자신의 개성을 분명히 인지한 사람이라면
그 무승부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더 나아가 내가 갖지 않은 것에서 사람과 사람의 결합력이 생겨난다.
다시 말하면, 어웨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소이다.
이 미소는 예의, 예절의 미소란 의미도 있지만,
어웨이에서의 싸움에 익숙해지면
나는 절대 하지 못했을 생각, 행동들을 너끈히 해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때 생기는
감탄의 미소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미소는 관계한다는 것이고,
관계는 반드시 홈과 어웨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풍성해진다.
자신의 홈만을 아는 사람은 관계속에서 외롭게 자신만을 연주한다.
자신의 어웨이만을 아는 사람은 관계속에서 스스로 위축되고 소외된다.

리얼충과 오타쿠 세계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은 왜 현실관계는 재미없고 2D만 재밌는지를 모르는 토모야에게
에리리는 말해주는 것이다.
어웨이에서는 홈에서의 전략을 버리고 어웨이에 걸맞는 소박한 자세를 가지라고.
닥쳐서 잘하지 못하는 일은 미리미리 준비하고
내가 잘 모르는 일은 남의 생각을 들어라.
내 판단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나대지 말고
자기 식이라는 힘을 빼고관계 속에 들어가서 같이 호흡해라.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있을까.
정말 감탄했다.
화앨2가 그렇게 명작이라더니 진짜 뭘 아는 시나리오 라이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3.
그런데 작가는 덧붙여서 홈과 어웨이의 구분이 모호한 예로 카토를 들고 있다.

사실 자신의 능력이 있는 부분과 능력이 없는 부분을 홈과 어웨이에 비유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적절한 비유는 아니다.
토모야의 경우는 우연히도 자기자신을 발산하는 부분이 능력이 있고,
타인의 동기로 자신이 움직이는 부분의 능력이 없어서
두 개념이 같은 비유로 가능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 자신이 하고 싶고, 동력이 자신에게서 나오는 일들이 나의 홈그라운드라면
어떤 행위의 동기, 동력이 나에게 있지 않고 내 주변에서 오는 것을 어웨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리고 덧붙여서 홈에서 잘싸우는 능력이 있고 어웨이에서 잘싸우는 능력이 있달까.
토모야는 철저히 홈에서 싸우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고,
에리리는 밸런스드 하지만 약간이나마 어웨이가 강한축이다. 홈에서의 싸움은 토모야를 보고 배우는 축.
우타하는 홈에서의 싸움이 좀더 강하다.

그렇다면 카토는 어떤가.
카토의 캐릭터야말로 토모야의 캐릭터와 대척점에 있는,
역시나 메인 히로인에 걸맞는 캐릭터다.(미연시의 메인 히로인과는 조금 의미가 다르지만 ㅋㅋ)
토모야가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홈그라운드를 지킬 수 있는 강한 홈파라면
카토는 주변의 홈그라운드식 싸움법에 열등감느끼지 않고 어웨이에서의 싸움을 계속 할 수 있는 강한 어웨이파다.
두 능력이 밸런스드 하게 있는 사람들은 삶을 경험하면서 많은 경우 열등감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홈도 잘하고 싶고 어웨이도 잘하고 싶기 때문에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잘하는 타인의 시선으로 자꾸 바라본다.
그런 시행착오 속에서 자신의 능력이 배분된 모양을 알아간다.
그런데 토모야와 카토는 홈과 어웨이의 능력이 강하게 편중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한명은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글자가 넘치고
한명은 남에게 요구되는 대로 하는 글자가 넘친다.

에리리의 조언에서 토모야가 카토를 언급하면서 지적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에리리가 해준 조언은 어웨이에서의 싸움을 어느정도 할 줄 아는 에리리가 싸우는 방식이다.
토모야는 전혀 어웨이에서의 싸움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토모야가 느끼는 위화감은
분명 에리리가 제안한 방식과 카토의 방식은 비슷한 방식인데도
에리리는 홈과 어웨이를 구분해서 싸우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카토는 홈과 어웨이가 구분되지 않는 싸움법이라는 것이다.
카토의 그런 자기 확신을 갖는 모습에서
거꾸로 토모야는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도 그런 자기 확신으로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토모야와 카토는 서로에게서
스스로는 절대 채우지 못할 부분들을 배운다.
카토는 토모야에게서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삶을 이뤄나가는 홈그라운드의 싸움방식을 접한다.
사실 이건 엄청난 가슴 떨림이 있다. 내가 어웨이 방식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열혈'이라고 부르는, 내 열정 하나로 주변을 바꿔나가는 힘의 방향은
옆에 있는 사람한테까지도 가슴을 떨리게 하는 뭔가가 있다.

토모야 역시 카토에게서 새로운 싸움법을 본다.
사실 관객에게 보이는 카토의 새로움이 바로 토모야가 느끼는 새로움이다.
(왜냐면 관객도 오타쿠니까...!? 노린거냐?!)
사람이 살아가는데 저렇게 순수하게 열등감없이 남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살아가는 삶이 가능하구나
오히려 그러함으로써 주변을 뭉클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그 자신이 반푼이임을 정확히 알고, 홈그라운드의 싸움방식을 첫걸음마 하듯이 배워나가는 모습에서
뭔가 엄청나게 모에함이 피어오름을 느끼지 않았는가!?
(카토가 헤어 스타일 바꾸고 토모야와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라.)

얼핏보면 절대 메인 히로인에 어울려 보이지 않는 카토를 토모야의 메인 히로인으로 붙인 작가의 캐릭터 선정.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없다. 신선하다.
그 둘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각자가 각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어울린다.
둘이 함께하는 모습 자체가 마치 인간의 위대함을 증명이라도 하는 느낌이다.
부족함이 인간의 가장 뛰어난 능력임을.
부족함을 빌어서 인간은 타인과 함께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일깨운다.




4.
그리고 기억에 남는 명장면은
9화에서 에리리와 토모야가 리틀러브로 싸울 때 이야기.
에리리는 자신이 선물해준 게임을 다른 여자에게 선물한 토모야가 밉고,
다른 여자 만화는 엄청 감동하고 자신의 만화는 감동 안해주는 토모야가 미워서 삐짐.
토모야는 어릴적 에리리를 위해 오타쿠를 욕하는 급우를 패서 징계먹고 따돌림 당했는데
에리리가 자신을 피해버려서 상처받음.
둘이 다 빡쳐서 막 싸우는데
둘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고 정리했다.
크으ㅡ으으으으ㅡ
지림.


먼저 에리리가 토모야에게 아쉬운 점은 그거다. 좀더 자신을 생각해 달라는거.
객관적인 작품을 평가해달라는게 아니다. 그건 리틀러브 건에서 드러난다.
그냥 아쉬운거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다.
너를 위해 만화를 그리고 있는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네가.
하지만 토모야는 상대방의 요구대로 움직이는 성향이라고는 없는 외곬수 홈그라운드파.
자신의 느낌에도 없는 칭찬을 하는것은 그의 삶의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그런 에리리의 요구에는 들어주지 못한다.
에리리의 요구에는 거부할 수밖에 없다. 그건 에리리의 문제가 아니라 토모야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등 사과할 이유는 없다.
그걸 이해한 에리리는 토모야의 마음속 1등! 이 되기 위해 다시 분발하겠다고 말한다.
즉 토모야의 내적 기준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둘째는 반에서 드잡이질을 하고난 후 자신을 피하고 고립시킨 에리리에게 상처받은 토모야.
이건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극혐일정도로 극단적인 행동이지만
이것도 에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에리리에게 있어서 학교생활이라는 것은
토모야와의 관계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홈의 생활과 어웨이의 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홈의 생활을 함께 나눌 친구라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웨이의 생활을 모두 날려버리면서 홈의 즐거움을 유지하는 것은 그녀의 방식이 아니다.
이런 그녀 스타일과는 별개로 자신의 노답행동에 상처받았을 토모야를 위해 엄청 울었다고 하니
그녀로서는 할 수 있는 최선를 다한 것이다.
하등 사과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얼핏 보면 당연히 사과해야할 두 상황에서 작가는 굳이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려낸다.
내가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관계, 친목관계, 연인관계에서는 미안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미안할 짓을 하는 내가 바로 나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와서 내가 남들에게 미안할 짓을 시켯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늦잠을 자서 늦는 내가 나고
내일 데이트인데도 밤새 게임을 하는 내가 나고
조금 있다가 데이트인데도 가족모임이 생기면 가족모임에 가는 내가 나다.
가족모임이 생겼어. 데이트는 다음에 하자. 하고 말해야 하는 부분을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가족모임 탓인양 핑계처럼 늘어놓는다.
마치 이걸 이해해 주지 못하면 상대가 몰상식한 사람인양.
미안할거 없다.
그정도 우선순위로 여자를 만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인 것이다.
그 나를 드러내는데에 연애의 본질이 있다.
내가 아닌 나를 연기해서 유지하는 관계는 직장에서만으로 족하다.
그런 긴장이 필요하고 표리가 부동한 관계는 반드시 나에게 부하를 가져온다.
그리고 언젠가 그 부하가 한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내가 못버티고 관계를 깨게 되어있다.
몇년간 미안하다고 입에 달고 살던 사람이 스스로 관계를 깨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왜냐하면 스스로가 미안하다는 말로 자신을 감추고 포장하느라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알아주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열정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연애를 망친 것은 사과도 안한 상대방이 아니라
사과만 하고 연애를 하지 않은 그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걸 꼬집었다.
에리리한테 미안하다고, 네 작품이 최고라고 말하는게 어려운가?
그건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토모야는 그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에 충실한 토모야가 자신의 방식을 짓눌러가면서 그런 말을 하는 순간
그 관계는 많건적건간에 한쪽이 자신의 방식을 스스로 왜곡하는 관계가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에리리가 원하는 관계가 될까?
절대 아니다.
에리리가 토모야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토모야이기 때문이다.
그런 외곬수인 토모야이기 때문이다.
그런 주변 못살피는 열정이 살아있는 토모야이기 때문이다.
토모야가 토모야가 아닌, '에리리의 따뜻한 소꿉친구'가 되는 순간부터 에리리가 좋아하는 토모야는 사라진다.

토모야 스스로는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자신이 생각해도 매정한 말을,
너의 작품을 보면 가슴이 뛰지 않는 다는 말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소꿉친구의 면전에서 한다는게...
(사실 이부분이 판타지다. 현실에서 이러기는 정말...와...정말 자기 확인 없이는 힘들다...)
하지만 해냈다.
그 세상의 판단 기준을 떨쳐내고 자신을 관계에 떳떳하게 드러낸 순간
토모야는 그 관계를 지켰다.
토모야가 깰뻔한 걸 에리리가 관용으로 감싸안은게 아니라
토모야가 네 작품은 가슴 떨리지 않아 내 안에서 1위는 아니야 라고 말한 순간
관계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리리는 다시 드러난 토모야의 매력을 볼 수 있었고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스스로도 관계에 충실하고자 하는 자극을 받았다.
그 토모야의 말이 정말 토모야의 진심이었기 때문에.

정말 개감동이 아닐수 없다.
내가 지금 공부하러 가지도 않고 이렇게 리뷰를 하고 있자나...
생각보다 뛰어난 사람에 대한 안목이 있는 작가였어.
책도 1권 사서 봐야겠다.



5.
애니메이션 연출도 훌륭했다.
매화 일단락 지어지는 깔끔함도 좋았고
작화, 순간 연출, 대사, 개그, 에피소드 다 나쁘지 않았다.
(학교축제, 불꽃놀이 축제 없어서 좋았다. ㅋㅋ)
오랜만에 학원물에서 재미있는 작품을 본듯.

별점은 별 세개 반 드리겠습니다.(뽕빨이란걸 감안하고 보신다면!)
미리 뽕빨이라는 전제 없이 평가한다면...좀 밋밋하죠. 별 세개.
저 두장면은 정말 개감동인데
나머지 장면은 사실 뽕빨물적 요소만 너무 가득했어..(감사합니다)


saekano.txt

덧글

  • dailymotion 2015/06/23 23:25 # 답글

    저는 하렘물 백합물 뽕빨물 너무 좋아해서
    이 작품도 재밌을거 같다고 생각해요 ㅋㅋ
    작화도 좋은거 같은데 언제한번 봐야 하는데
    진짜 진짜 에리리는 너무 너무 긔엽고 이쁘요 !!!
  • 귀란이 2015/06/24 20:00 #

    아아 전반적으로 느낌이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네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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