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14_페제로 보고 애니

0.
2011년 3분기, 2012년 2분기 방영(분할 2쿨). 제작은 ufotable.
원작은 우로부치 겐, 감독은 아오키 에이(알드노아 제로).



1.
좋았다.
여러 인물들의 가치관이 선명하게 인간성으로 전달된다.
원작도 좋은 것 같고 감독도 탄탄하고 기본에 충실한 연출로 잘 살려낸 것 같다.
특히 좋았던 장면은 버서커 첫 등장 전투씬. 진자 폭발했다....



2.
크게 축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야기의 결말과 닿아있는 키리츠구의 가치관에 대한 것이겠지만
체감상으로는 키레이와 길가메쉬의 대화, 세이버와 라이더의 대화가 더 인상에 남는다.
랜서와 세이버, 라이더와 웨이버, 캐스터와 그 마스터의 캐미도 작품을 풍성하게 하는데 한 손 도왔다.

좀 아쉬운 점은 설정들이 조금 어설픈 느낌이라는 점이다.
원하는 것을 이뤄준다는 거창한 보상에 비해서
이 성배전쟁의 룰이라는게 엄청 널널하다.
일탈하는 참가자에 대해서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가 하면
심판을 죽이고 9개씩 영주를 빼앗아 버려 밸런스가 붕괴되기도 하고,
성배랑 말싸움하고는 성배를 부셔버리는 결말은 뭐랄까..좀 맥빠진다.

보는 입장에서는 성배를 성배전쟁을 '누가 이겨서 어떤 소원을 빌게 될까'하고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전개를 이어나가면서 조금 설정적으로 점프점프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아쉬웠다.
어떻게 아처는 몸을 얻었는지, 키레이는 왜 살아있는 듯이 움직이는지, 세이버는 왜 소멸 안했는지 등등
설명이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



3.
마지막에 성배에 도달한 키리츠구에게,
성배는 키리츠구의 마음이 원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500명 중에 300명/200명으로 갈리는 선택지에서 300명을 선택하고,
그 300명에서 다시 200명/100명으로 갈리는 선택지중 100명을,
그런 식으로 '최선의 선택'을 반복해 나가는 것이 키리츠구의 정의관이라는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아이리와 이리야, 키리츠구 뿐.
그 지경이 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자
키리츠구는 자신의 소원을 철회한다.
여기서의 이유가 역설적이게도 '60억 인류를 위해서...'

키리츠구의 가치관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영주를 이용해 성배를 부셔 버린다.



4.
이 이야기가 좋은 여운을 갖는 이유는
작가가 '고정된 캐릭터'를 고수하기 때문인것 같다.

이 이야기의 '영령'이라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어느정도 고정된 캐릭터의 이미지가 있다.
인류에서 꼽을 정도로 극화된 인간들이 영령으로 소환된 느낌인 것이다.
그에 비해 마스터들은 대체로 갈등하거나 혹은 고통받는다.
큰 대립 축이 여러가지 고정된 가치관을 가진 서번트들과
어쨋든 변화, 성장 중인 당대의 인간, 마스터들의 대비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이버와 라이더의 논쟁은 서번트 간의 논쟁이라는 점에서 다른 갈등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키리츠구는 결국 그런 단면적 합리성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사실은, 키리츠구 말고는 그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
아이리조차도 키리츠구가 노답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대한 가치 판단없이 그의 가는 길 자체를 존중해준 것이다.
키리츠구는 관은 관이되 편관의 대변인이었고,
인성은 있었으되 편인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그의 길은 어쩔수가 없다. 옆자리에 사람이 없는 것이 그의 길인 것이다.

키레이는 어떤가.
키레이는 식신의 대변인이다.
그의 탐구욕은 그 어떤 스승으로도 채울 수 없고,
그 어떤 종교적 가르침으로도 충족시킬 수 없다.
길가메쉬의 유열론(?)도 아직 가설에 불과할 뿐,
잠시 그의 장단에 놀아주는 광대역할을 하고 있을 뿐 진심으로 답이 되진 않았다.
그에게는 답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답이 반드시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는 그의 믿음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세이버가 키리츠구의 서번트로 소환된 것은 비단 아발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세이버는 현실을 딛고 있지만 이상을 추구하는자,
편관의 극성을 이루는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인간관계의 매커니즘을 무시한 자신에 대해 서번트로는 특이하게도 '고뇌'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의 주된 고뇌가 섞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상이라고 치부되는 비현실적인 가치를 추구하는것이 과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만 만드는 민폐인가?
그런 왕은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는 것일까?
마치 그런 것처럼 대답을 얼버무리고 있지만
내 생각엔 작가는 '아니오'라고 대답하고 있다. 세이버의 고민에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오히려 라이더 식의 리더쉽이 얼마나 허망한지 은근슬쩍 보여주고 있다.
뭐 꿈을 보여주네 열락을 누구보다 추구하는 영웅을 보고 사람들을 힘을 내니 뭐니 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왕의 결말은 어떤가?
그저 현실적인 벽에 부딛치면 거기서 끝인 것이다.
반면에 세이버는?
그 구체적인 답은 이 이야기에서 결론내리지 않고 있다.



5.
결국 이 작품은 인간의 특성에 대해서 집요하게 그려낸 이야기.
여러가지 특성들 중에서도
편관과 식신에 작가는 치중하고 있으며, 큰 대립각으로는 정과 편의 한 축으로의 편성, 그 외로움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의 편관에 대한 안목이 돋보이는 점은
'추구하는 가치가 절대적이다' 라는 환상에 젖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키리츠구의 편관이든 토키오미의 편관이든, 세이버의 편관이든
그들이 말하는 세계를 위한 가치가 진정 세계를 위한 가치가 아님을 전제하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점이다.
어느정도 깊은 이해가 없으면 도달하기 힘들 안목이다.



6.
별점은 네 개. 세 개 반과 네 개의 사이정도지만 영상미와 원작자의 안목에서 그냥 반올림!
제대로된 첫 페이트였는데 나쁘지 않았다.
페스나도 이정도 감동을 보여줄 것인가?


덧글

  • 호무호무 2014/11/14 22:37 # 답글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나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1. 사실 성배전쟁을 통해 성배를 손에 넣는다는 건 훼이크. 진짜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이 때문에 룰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음...
    2. 아쳐와 세이버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이후 5차성배전쟁에서 드러납니다.
    3. 세이버가 추구하던 이상에 대한 해답도 역시 5채 전쟁에서...
  • 귀란이 2014/11/15 23:21 #

    하...페스나 완결 나기 기다리고 있었는데 방영분 찾아서 봐야되나요...하아...기대된다..

    꿀정보 감사감사
  • 아인베르츠 2014/11/15 01:26 # 답글

    지금 방영하는 유포판 ubw와 곧나올 hf 극장판슬 보시길 ㅋ
  • 귀란이 2014/11/15 23:21 #

    오 곧 극장판도 나오는군요

    감사감사!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