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일상

1.
우리 주변에서 위험, 리스크를 들먹이면서
우리에게 어떤 판단을 요구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험하니까 ~해야해'
'위험하니까 ~하지마'
라고 하는 말들 말이다.


2.
위험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아니 무언가 의지와 방향성이 생겨난 순간부터
그 방향성에 어긋나는 현상이 발생할 확률은 항상 존재해 왔다.

리스크는 확률이다.
옛날의 삶의 방식에서는 이벤트가 0 아니면 1의 값으로 인식된다.
'사고'라는 말만 들으면 옛 사람들은 '사고 발생', 즉 1로 인식한다.
왜냐하면 0일때는 사고를 인식조차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사고를 조심한다' 라는 개념은 리스크를 헷지한다는 식의 전략적 의미보다는
오히려 삿됨에 얽히지 않는 바른 '삶의 자세' 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3.
요즈음에 리스크나 확률을 좀 공부했다 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착각을 이용하기 위해서 '리스크'라는 말을 들먹인다.
이렇게 그들의 의도를 악의로 단정하는 이유는
리스크 헷지 라는 것은 그렇게 특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스크의 확률과 그것의 비용을 이용해서 리스크 발생시의 비용 기대값을 크게 만드는 것은 숫자놀음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람은 죽음이라는 헷지할 수 없는 위험을 갖고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측정 불가능한 리스크 비용의 기대값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다가 갔다.
그 사람들이 더 합리적으로 리스크를 헷지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리스크를 최고화 시켰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사기꾼들이 리스크라는 개념을 들먹이는 그 리스크는 정태적이고 한정적인 개념이다.
현재의 시간 단면을 잘랐을때, 내가 원하지 않는 비용이 발생할 확률이 리스크인 것이다.
하지만 삶은 항상 동태적이다.
현재의 시간 단면을 잘라서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 자체가
기계나 기업논리에는 유용할수 있지만
한 개인의 삶에는 거의 무용한 method다.
왜냐하면 어느 한 순간의 삶도 '이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단일 목표로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죽음이란 '원하지 않는 비용이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는 내 삶이 도달할 필연적인 목적지'이다.
때문에 개인 생명보험은 많은 경우에 무의미하다.



4.
어떤 사람들은 '좋다. 한 개인에게 죽음은 비용이 아닐지라도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비용이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다.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대한 위험이라는 표현보다는 커다란 손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람의 삶이 손해냐 이득이냐 하는 계산은 돈놀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남겨진 대로 살아간다. 그것이 사람이 사는 원리다.
최악의 경우 굶어 죽을 수도 있다.
굶어 죽기 전까지 살다 가는 것이다.
그 죽기 전까지의 삶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없었을까?
굶어 죽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가지는 가치가 훼손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충분한 자유의지로 자신의 삶에 주어진 선택지를 고려하고 판단해서 살다가 죽는다.
이들의 삶이 돈을 더 가진 사람들보다 더 보잘것 없다고 말할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남겨진 사람들이 가난함을 걱정해서 보험에 드는 행위는
내 삶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욕심,
내 옆의 사람이 죽은 사건과 무관하게 나는 죽은 사람이 죽기 전과 같이 살고 싶다는 이기심에서 나온 선택일 뿐이다.
그런 욕심때문에 그들은 사기에 당한다.



5.
물론 보험자체가 사기는 절대 아니다.
그들은 리스크만큼의 보험료를 받고, 보험료만큼의 보상을 해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얽혀있는 무수한 직원들의 봉급을 수수료로 떼는 것은 그다지 불합리하지 않다.
오히려 지속적인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일반인에게 죽음이나 상해를 대상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경우이다.
삶에 보험의 잣대를 들이대서 리스크와 헷지라는 개념을 읊어대며 삶을 돈으로 계산하고
삶을 이득이냐 손해냐 하는 기준으로 가르고 손해나기 싫어하는 마음을 자극해서
상품을 팔아먹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다.



6.
내 생각에 보험은 개인 삶의 반경이 아니라 업무 반경에서 유용하다.
같은 자동차 보험을 들더라도
전업 자동차 운전수가 드는 보험은 자가용 운전자의 보험보다 바람직하다.
전업 자동차 운전수들 중에서도 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일 경우 더 유의미하다.

짚고 싶은 부분은 돈놀음 하는 분야에서는 보험이 아주 유용하다는 점이다.
리스크라는 개념의 대전제부터 아무런 무리없이 성립해서 그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돈이 걸리고 회사 운영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비용이라도 한방에 닥치는 것과 조금씩 부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서 '손해의 가능성을 부채로 보는' 시각이며
이는 오히려 회사 건전성을 근본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 마인드이다.
보험업은 그러한 판단과 선택을 보다 쉽게 만들어주는 업무이며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보다 널리 정착시키는 업종이다.

개개인의 삶을 돈으로 재고 삶을 금전적으로 평가해서 사람을 하찮게 만들기 위한 보험 기술이 아니란 말이다.



7.
그래서
누군가 우리에게
리스크를 언급하며 기존의 방식을 바꾸길 요구한다면
그 사람은 자각하고 있든 아니든
사기를 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심하자.
리스크라는 개념을 사용할 수 있는 대전제를 잊으면 안된다.
리스크는 손해와 이득을 측정 가능할 때에만 사용가능한 기대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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