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605_아가씨를 보고 영화

0.
박찬욱 감독, 각본 정서경, 박찬욱, 원작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feat.문소리
6월 1일 개봉.
145분.


1.
총평
1부 2부 3부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깔끔한 전개와 깔끔한 갈등, 깔끔한 반전, 깔끔한 정리, 깔끔한 결말.
영화 전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심도있게 깊이 다룬다기 보다는
깔끔한 마감을 내기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영화 자체에 대한 점수는 3.5점이지만 깔끔한게 내 취향에 맞아서 4점을 줄 수 있는 영화.



2.
1부
김태리라는 배우한테 러닝타임의 3분의 1이라는 시간을 확실하게 던져주었고,
그 기대와 긴장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고아로 태어나 뒷골목에서 당차게 살아가는 숙희의 모습,
히데코를 좋아하게 되는 순정파 타마코로서의 모습.
두 모습이 공존하는 풋풋한 여자의 상을 잘 담당해 내었다.
신인 배우로서 쉽지 않은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시에서 작지않은 역할이었음에도
어떤 때는 이쁜 얼굴로, 어떤 때는 힘있는 연기력으로, 나름 당차게 헤쳐나간다.
수지랑 아이유 섞은 얼굴 이쁘당>_<

1부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담당하는 부분으로
마치 채색하기 전 윤곽선 같은 느낌이다.



3.
2부
솔직히 김민희에 대해 실망하던 중이었다.
노출 빼고는 김민희의 존재감이라고는 없는 그냥 미친 여자 역할에 그치나 했다.
그러나 2부로 들어서면서 부각되는 히데코의 역할과,
자신을 폭발시키듯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김민희의 연기력은 가히 박수를 칠만 하다.

1부의 밑그림 그리는 시간이 지루했다고 외치기라도 하듯
2부에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채색 과정은 이 영화에서 피우는 화려한 꽃과 같다.

1부에 숙희의 풋풋한 사랑 방식을 그려냈다면
2부에 보여주는 히데코의 사랑 방식은 완전히 다른 하나의 방식이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인간관계에 예민하게 길들여진 히데코의 마음에
훔치고 때리는 단순 범죄에만 능하지 인간의 더러운 욕망들에는 젬병인 숙희가 어떤 느낌으로 자리잡는가.
2부에서 비로소 이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사랑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이 여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이라는 것도 명확해진다.
(넘나 적나라한 신음 소리 후에 오는 깨달음 ㅋㅋ)

2부의 배경을 채색하는 야설읽기는 참으로 신선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지나가던 야설 탐독가 환호! 워후!)
야설로 주로 자위하는 어떤 지나가던 20대 남자의 경험담에 의하면
야한 텍스트와 그를 소화하는 역량있는 목소리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후설하도록 하죠
에스엠과 흔히 말하는 변태적 성취향에 대해서도 살짝 다루고 있긴 하지만
뭐 정말 편안하게 다루는 수준이다.
조진웅의 연기도 정말 깔끔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의 성적취향 연기이다.



4.
3부
3부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하정우라는 캐릭터이다.
순진한게 불법이라는 말은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순진한 사람은 다른 어느 것도 아닌 법에 의해 피해를 받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게 아니라
부자의 자유, 여유, 안목을 갖고 싶었던 그는
스스로가 이미 자신이 말한 순진한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순진함이 외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도.
자신의 모습을 정확하게 긍정하고 정확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하정우의 모습은
너무 정확하고 적절해서
내 모습과도 같다.
그런 사람에게 죽음이 무슨 장애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런 순진함 없이 이어지는 삶이
그런 순진함을 직시하면서 끊어지는 삶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누가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자신을 구성하는 그런 순진함을 찾는 것,
잃지 않기 위해 더 정확하게 알아가는 것,
그것 이상의 삶의 과정이 있을까.

여튼 여운이 좋았다.
깔끔한 여운.



5.
문제는 이거다
너무 깔끔하다는 거.
뭔가 아쉽다.
더 경직되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척 했어야 된다는게 아니다.
뭔가 절절함이 부족하다.
포장재가 너무 미끈거려서
안에 담긴 내용물이 손에 착 감기지 않는 불편한 느낌.
분명히 내 손에 딱맞게 주문제작된 물건이고 손모양에는 딱 맞는데도
뭔가 알수없게 힘전달이 이상해서 손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는 느낌.
뭘까 생각해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떠오르는 바가 없다.
별 4개를 주기에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점.
별 세개 반이라기엔 너무 웰메이드고 네개를 주기엔 뭔가 꺼림찍하다.
정확히 말하면 3.7정도를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제작비가 150억이라는 혹시 그것때문일까)



6.
그럼에도 올해 본 영화중에 주토피아랑 같이 손에 꼽을 만한 영화라는건 분명하다.
하지만 덜 친한 사람에게 소개하긴 좀...(넘나 야한것)
야한것도 그렇지만 영화 전개 방식도 진득하게 한 주제 이야길 하는것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비호감일 정도로 강하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여러번 등장해서 추천에 망설여 지는 것도 있고.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뛰어난 시나리오, 연기, 영상미,
어느 하나만 보더라도
만원이 아까운 영화는 아니다.


160221_대니쉬걸을 보고- 영화

0.
내가 그동안 아무 드라마나 영화를 안본건 아님미다...
마는,
미드 탐험 하느라 시즌별로 완주까진 안하고 오락가락 한 것들이 많아서
딱히 적기 애매한 부분이 있고,

미드라는게 보다보니까
뭐 시즌별로 감상평을 남길만큼 시즌별 완결성이 있지 않은게 대세인거 같아서
(그렇다고 시즌6, 7을 다보고 평을 남긴다는 것도 작품을 평가한다는 것도 웃기지 음.
왜냐고? 이미 내 머리속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 않을 거기 때문에?)
뭐 여차저차 해서 적기 애매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아라카와도 다시보고,
매드맨 시즌2도 보(다말)고
하우스오브카즈도 보(다말)고
갑자기 한국 예능으로 세서
케이팝스타 정주행하고
뜬금없이 jtbc의 나홀로 연애중 정주행을 한뒤
육룡이 나르샤를 8편까지 후두루루루룩 보다가
음 정도전이 정도전을 더 잘 그렸다고? 하고 정도전도 한 두어 편 보고
앗 이러면 안돼, 영어!영어!
하면서 왕좌의 게임 시즌3을 다시 정주행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드라마 일대기.

영화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도 개봉하자마자 보고(언제적부터 거슬러올라오는거냐...)
내부자들은 우연한 기회에 한번 보고, 우연한 기회에 디 오리지널까지 한번 더봤다...
(그런다고 영화가 더 좋아지진 않아...)
캐롤이란 영화도 다정이가 보자고 제안해서 보고...
(올해 최악의 영화 자리에 노미네이티드 되었다)

그리고 데니쉬걸도 보았다.
(분명 뭐 더 많이 봤는데, 상기한대로 나의 기억력이 이정도다...)
그나마 무슨 얘기를 해볼만한 작품이 나왔으므로 한번 정리를 해보도록 하게따.



1.
데니쉬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머리속의 상황은
마치 닭꼬치를 꿰기위한 닭고기들이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어서
이 방향으로도 꿸수 있을것 같고, 저 방향으로도 꿸 수 있을 것 같은 와중에,
어떤 방향으로 몇번 꿰어야 남는 고기 없이 가장 완전하게 다 꼬치로 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그런 象이다.

음 아직 잘 가늠이 안되므로 첫 고기부터 일단 손 가는대로 꿰면서 다 꿰지나 살펴보자.


영화 초반은 자신의 고향 풍경을 계속해서 그리는 남자 화가 아이나와
인물화를 주로 그리는 게르다의 결혼생활을 그린다.
아이나는 유럽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반면, 게르다의 인물화는 외면받고 게르다는 의기소침해 하지만,
문제인식이 명료하고, 장난끼 다분한 게르다는 그럭저럭 아이나와 살아간다.

그러다가 게르다의 다리모델을 위해 스타킹을 신고 치마단을 장착하는 아이나는
자신 안에 설렘이 있음을 느낀다
고 감독은 표현한다. (아이나 포인트1)
(갑자기 옷깃을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쓸어올리는 장면은..음 좀 오글거렷다. 왜지?)

그러다 원래 아이나는 가기 싫어했던 무도회에
여장해서 다른 인격인양 가는게 어떠냐는 게르다의 제안,
아이나는 다시 설렘을 느끼고 계획에 동참한다.

무도회에서 어떤 남자에게 키스당한 아이나는 마음속의 어떤 문이 열린 것을 느끼고,
그 키스장면을 지켜본 게르다도 그것을 직감한다.

아이나의 변장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에스컬레이트 되고,
무도회에서 만난 남자와 밀회를 즐기지만,
종국에는 그 남자가 아이나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한 것이지 여성적 매력에 빠진 것이 아님을 알게 되어 멘붕.

병원을 찾아 다니며 아이나의 내적 갈등에 대한 해답을 찾아 헤매지만,
1920년대의 유럽에서는 그저 아이나의 증상들에 대한 비정상을 명명하기 바쁘다.
그러다 와그너바그너인가 하는 특이한 의사를 만나서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시도하고
결국 아이나는 죽는다.
(수술의 성패는 중요하지 않다)



3.
초반부에 가장 인상적인 전개는
아이나가 릴리를 현실로 끌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정말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성된 형태의 전개였다.
서로 장난치듯이, 게임하듯이 흥미를 발전시켜나가는 것.
둘다 별다른 금기의식 없이 톡톡 튀는 가벼움으로 전개해 나갔다.
이 점이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었다.
이 부분 때문에 나머지 부분들에 대한 이 모든 아쉬움들이 생겨나 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잘 내면의 욕구를 그려냈는데
그 욕구를 흘려내는 과정이 너무나 엉망이어서 드는 절망적인 아쉬움.

초반부에서 감독은 전반적으로 노골적이고 명료한 방식의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힘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힘있고, 어떻게 보면 투박하리만치
감독은 노골적으로 한 장면에 한 문장,
문장문장으로 전개하는 논리야 놀자 느낌으로
하고 싶은 말을 쭉쭉 진행 시킨다.
투박함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뭐 딱히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없으니 봐줄만 하다.

그런 전개 속에서 의미심장하게 되새겨볼만한 포인트를 짚어보면,
게르다와 아이나를 교차시키면서 보여주는
시선을 받는 것이라는 주제.
게르다가 초상화를 그리면서 모델을 서고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은 의미 심장하다.
시선받는 것을 당신이 허용하기만 하면, 시선은 익숙해질 것이다
굳이 들으려고 한게 아니라
토스 시험 보고 들어간 후유증으로 영어로도 문장을 들었는데
저 동사가 allow가 아니라 비슷한 느낌의 다른 단어였는데 기억이 안난다.으으..
이 주제를 감독은 꽤나 공을 들여 다루면서,
아이나의 초반부 연기는 거의 대부분 남들의 시선과의 케미라고 봐도 될 정도다.

그리고 실제로,
감독은 (인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릴리라는 캐릭터를 거의 이런 기준으로 구현하고 있다.

생각을 해보자.
성정체성이란 과연 개인적인 문제일 수 있는가?
아니다.
개인적인 문제라면 고민이 갈등으로 커지지 않는다.
그저 여자처럼 행동하고 싶으면 행동하면 되고 하다가 다르게 행동하고 싶으면 바꾸면 된다.
'고민'이 '갈등'이 되는 순간은 반드시 개인이 자기 내면의 욕구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아이나라는 캐릭터가 사회성이 결여된 캐릭터인가?
그래서 릴리라는 캐릭터로서만이 사회적인 생활이 가능한가?
우리는 어떤 한 캐릭터만을 '진짜' 나라고 정의하고
나머지 캐릭터들은 타인이, 사회가 만든 것이라고 그 진정성을 부정할 수 있는가?

여기서 영화 플롯의 첫번째 어긋남이 생긴다.
영화는 인간 내면의 캐릭터들을 하나하나의 '인격'처럼 인식한다.
그래서 아이나는 마치,
'하나의 몸에는 하나의 인격' 이라는 구호를 전제한 것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
우리 안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설레임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하나도 거세당하고는 온전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릴리가 소중한 이유는 어느 인격이라도 소중하기 때문이지
아이나가 가짜고 릴리가 진짜여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흔한 것이라 이것 자체가 영화를 망친 것은 또 아니다.
영화가 어그러진 것은,
감독이 진짜 이걸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착각을 아이나에게 국한해서 표현해내야만
그 착각의 원인이 한스와 키스한 아이나에게 보여진 아버지의 모습에 의해 생긴 것임을 그릴 수 있고,
아이나로도 살 수 있지만,
릴리를 억압해온 세월이 너무 길어서 릴리에 미련을 갖고 있는 아이나의 인지부조화 상태를 그릴 수 있고,
그래야만 아이나가 무리하게 2번째 수술을 고집하고,
수술 후 죽어가면서 흘리는 눈물 속에 있는 말들,
'나는 온전해 졌어'라는 말의 자조적인 의미를 살릴 수 있었을텐데

감독부터가 아이나가 왜 이렇게 릴리에 집착하는가?
라는 질문에 '릴리가 진짜 인격이니까?' 라는 뉘앙스로 대답하고 있어서
이 모든 슬픔들이 다 무의미하게 되어버렸다.
그러고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고향에서 화장재를 뿌리듯이
스카프를 날려 보내면서 게르다의 아련한 웃음으로 마무리.
플롯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반증이랄까.
감독은 아이나가 수술하다 죽은게 잘됐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가고 있다.



4.
중반부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아이나의 연기다.
오우 남자일때가 훨씬 잘생기고 여자일때는 어색하기 그지없는데도
그 감내하는 갈등의 강도가 너무 쎄서
어어어? 하는 새에 죽음까지 몰아치는 느낌이다.
영화감독으로서의 감독의 자질이랄지,
배우의 연기력이랄지 증명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등장하는 멋진 한스,
와 게르다의 썸이랄지,
아이나의 갈등을 함께 짊어지고 가는 게르다의 내적 갈등.
이 둘의 관계를 흔한 불륜으로 이끌지 않고
서로에 대한 내적 신뢰를 갖고 기다리는 캐릭터로 그린 것은
매우 성숙한 인간의 모범적인 모습인 동시에
뭐랄까,
섬세한 내면적 불안이 호흡을 지배하는 영화속 세계에서
이 세상것이 아닌것인듯 느껴질만큼 이질적이다.
저렇거 자신의 좋아하는 마음을 스스로 잘 알고,
더 나아가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자기 마음을 유지하면서 기다려 줄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이나는 왜 그모양인가?
태생적인 차이?
태어날 때부터 남자의 몸에 여성의 인격을 갖고 태어나서?
그런 말들은 대답이 되지 않는다.
그에 대한 해답은 차후로 미루더라도,
한스와 게르다의 캐릭터가 아이나의 혼란스러운 내면 세계를 이해하는데에
오히려 방해로 작용하고 있는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5.
종반부는 아쉬운 것들 투성이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역시 마지막 장면일것이지만,
중간에 등장한 백화점 종업원 장면도 큰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다.
1차 수술에서 안정적으로 회복한 아이나가
백화점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동료 여자들과 하하호호 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
끼리끼리 몰려서 복도를 걸어가는 장면은
정말 별로였다.
그게 아이나가 꿈꾼 생활인가?
ㅋㅋㅋㅋ
또래 여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처럼 노는게 여성이라는 성의 정체성인가?
거대한 착각이다.
성적 정체성이라는 것은
어떤 행동을 하면 잃어버리고 어떤 행동을 하면 성취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태어난 상태 그대로 주어질수밖에 없었고, 이미 나를 구성하고 있는 무엇이다.
또한, 어떤 내집단에 대한 소속감은
성적인 문제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이다.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또래집단에서 안정감을 얻고,
집단에서 따돌려질까 두려워하고,
그 안에서 '차이'를 '우열'로 착각하고
장난스럽게 어울리다가 기분나빠지면 싸우는 것은 똑같다.
그런데
마치 여자무리에 잠입하는데 성공하니까 행복해하는 모습을 거듭 강조해서 보여주는 것은
적어도 슬픔을 함께 깔면서 보여줬어야 했다.
본질적인 충족이 아니라는 전제를 분명히 하고 보여주었어야 했다.
왜냐하면 보는 관객은 그 장면을 통해서
아이나가 진짜 자기 자아를 성취했구나 라고 오해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장면을 넣을 거였으면
감독은 아이나의 욕구가 여러가지 뒤엉켜서 여성화라는 집착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착각의 정도가 깊어져 원래 릴리를 드러내던 때의 욕구와는 다른,
여성화 수술의 어떤 복합적인 욕구들이 엉켜 있음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냥 하하 호호.
열심히 연습한 여자 움직임 흉내에 속아넘어가는 여자들,
남들을 완벽하게 속이는데 너무나 만족해서 그 일이 속이는 일이라는 것조차 잊어버린
추락하는 비행기와 같은 아이나와 함께
작품도 어딘가 알수 없는 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6.
그렇다면 이제 한번 꿰어 보자.
어쨋거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니 만큼
아이나를 행복하게 살리는 결말은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나가 죽는 정해진 결말 속에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플롯은 아마도 이런 것이다.


1) 아이나에게는 여자옷을 입는 다는 행위에 대한 취향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욕구가 어떤 것인지를 특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남자로 태어난 아이나로서 갖고 있는 욕구라는 점이다.
아이나가 여성의 옷을 입으면서 느끼는 설렘과 만족감이
진짜 여성이 여성의 옷을 입으면서 느끼는 그것과 같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아이나가 여성의 옷을 입고 싶어하는 욕구가
곧바로 여성이 되고 싶어하는 욕구라고 이해하는 것도 커다란 오해다.
아이나는 남자로서 여성의 치장을 하고 여성처럼 이 사회의 거리를 오가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다.
이 사실 하나만이 중요하다.


2) 그의 여자로서 행동하는 취향은 어릴 때 타의에 의해 크게 왜곡되었다.

앞치마를 한 채 한스와 키스한 그 날,
아버지에게 일방적인 구타를 받으면서,
아이나의 마음 속에는
'이 욕구는 절대 드러내서는 안되는 욕구'라고 고정되어 버린 것이다.
전에도 언급한 적 있는 바,
인간은 내면에 있는 욕구들 중 어느 하나가 진짜라서 그것만 충족시키면 살 수 있는 장치가 아니라
내면에 있는 욕구 중 어느 하나라도 억압이 되면 제대로 살 수 없는 장치로 생겨먹었다.
다른 욕구들을 충족시키면서
예술과 성적 욕구(게르다의 발목 이야기), 부부 간의 관계 등을 통해 자아를 성공적으로 실현해온 아이나는
그러나, 결국에는 그 억압된 욕구에 도달하게 되고, 
그 마음을 직시하게 된다.
(그러므로 릴리가 등장한 것은 게르다의 책임도, 예방해야 했던 사고도 아니고 필연적인 자기 성찰의 과정이었다)


3) 그의 내면에는 여러가지 취향이 동시에 존재한다.

작품에서 가장 잘 표현되었던 그 부분, 그 부분이 핵심이다.
아이다가 이해해주는 역할이고 게르다가 감정적인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둘이 평등한 관계라는걸 알 수 있는 부분은
그들이 각자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고, 상대의 그것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중요하다.
어떤 취향이건 판단의 근거를 사회적 일반성에 두지 않고 인간적 완전성에 두고 보아주는 것.
아이나가 어떤 취향을 갖고 있든,
그 취향에는 이유가 있다는 믿음.
이 취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저 취향은 사회적으로 익숙하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것만큼 폭력적인 것은 없다.
이 둘이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무도회장에 여장을 하고 가면 재밌겠다는 발칙한 발상을 제안하고 그걸 함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욕구에 대한 열린 태도 덕분이다.

이러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고정된 욕구를 상정하지 않는다.
왜냐면 욕구는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공식화된 욕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욕구라는 것은 매 순간 모두 다른 강도로, 모두 다른 각도로 발생하는 것이며
일어난 그 때 바로 실행하지 않으면 억압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게르다는 적어도 이러한 욕구의 원리에 대해 밝은 사람이다.

그리고 차분히 돌아보면 알 수 있는 몇가지 사실들은,
아이나의 내면에는 책임감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취향,
여자를 남자로서 만족시키면서 만족을 느끼는 취향,
주어진 틀대로 움직이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취향들도 실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릴리라는 갇혀있던 캐릭터가 드러났다고 해서,
그가 평생 살아온 그런 만족감들이 다 거짓이 되는 것일까?
그 동안의 인생이 전부 억압되고 왜곡된 욕구에 의한 가짜 취향들이었을까?
그런 무리한 논리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에게는 하나의 캐릭터만 있어야 한다 라는 경직된 전제 뿐이고,
우리는 그런 경직된 전제를 갖고 있을 필요도 없고,
실제로 우리 삶을 통해서 인간의 내면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동시에 존재하며,
오히려 그런 복합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당연한 것임을 안다.

캐릭터라는 것은 무엇일까.
인격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에서 일어나는 설렘, 떨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떨림이 일어나는 사람인가를 아는 것은 그 사람을 아는 것과 같을 것이다.
더 필요한 것은 그 사람이 처해있는 조건들을 고려하는 것 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설렘이 일어나는가.
이걸 단순히 '취향'이라는 한 단어로 말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더 이상의 적절한 단어를 나는 모르겠다.
그런 취향들이 8개씩 갖고 있는게 인간이라면,
그 취향들의 얽히고 섥히는 복잡함을 감히 일반화하는 것은
정말 깊은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저 폭력에 그칠 작업일 것이다.
어쨋든,
그래서 아이나가 여자옷을 입을 때의 설렘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감독이 심어준 키워드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면,
그가 이렇게 숨어있는 취향을 갖고 있는 이유는,
남들이 자신을 구경거리로 삼는 것을 싫어하는 취향과
남들의 시선을 즐기고 싶은 취향을 둘다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말이냐고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닭다리를 먹고 싶은 욕구와 돼지고기를 먹고싶은 욕구가 부딛치지 않아야만 하는가?
파란옷을 입고 싶은 마음과 빨간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 왜 항상 하나만 일어나야 하는가?
그 둘은 그냥 별개의 욕구다.
욕구는 여러개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건 사족이지만,
그가 여장을 하고 싶은 욕구는 무슨 내 성적 정체성을 위해서 사회에 대항하는 그런 거시적인 가치관이 아니라
아마도 남들이 시선을 받는 역할을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남자가 이쁜 여자에게 주는 시선만큼 적나라한 애정의 시선이 또 있을까.
아이나는 밀도높은 애정에 피사 되는 것에서 어떤 설렘을 느낀 것이다.
(사실 꽤나 해보고 싶은 일이다)
그 시선은 사실 남자로서 살아가는 삶에서는 맛보기 힘든 어떤 것이다.
(물론 오늘날 한국에서 몸짱 훈남 남자로 살아간다면 뭇 여성들에게 충분히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밌게도, 그것은 여자로서는 받기에 어렵지 않은 어떤 것이다.
정리하면, 그는 여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쁜 여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닌가.
남이 주는 관심에 상관없이 잘못 갖고 태어난 남성을 여성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옳고 그름에 대한 취향이 아니라
옳고 그름따위 상관없이 남이 주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이쁜 여성이 되고 싶었던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4) 그는 억압된 욕구에 대한 반발로 아이나를 죽여가면서 릴리에 집착한다.

그에게 아이나는
이전까지의 삶이다.
그가 져오던 책임이다.
억압은 맺힐때 폭력적으로 누른만큼 풀어질때 폭발적으로 풀어진다.
마치 청소년기에 공부만을 강요받고 대학에 간 학생이
대학에 가서는 비정상적으로 책따위는 보지 않고 사는 것처럼.
누가 보아도
릴리를 재발견한 이후로 아이나를 버리고 릴리만을 향해가는 아이나의 태도는 비정상적이지만
그 이유가 작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릴리가 진짜 인격이어서 그렇다는 식)
하지만 분명 그의 릴리에 대한 몰두는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수준으로 일그러져 있으며
그러한 일그러진 생활은 반드시 어떤 스트레스와 억압 상황이 상정되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릴리를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어린 날의 그 사건일 것이다.

만약 일그러져 있지 않았다면,
그의 여장에 대한 취향은 그의 삶에서 충분히 소화되었을 것이고
그의 인생은 또다른 취향들을 향해서 흘러갔을 것이다.
취향은 단지 놀이이고 게임일 뿐이다.
릴리도 그랬다.
그의 작품활동도 그랬고, 그의 사랑도 그랬다.
모든 사람이 어느날 여장을 하고 무도회에 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진 않지만
누구나 그런 충동이 일어날 수 있다.
출입을 막아놓은 공사장에 들어가보고 싶을 수도 있고,
여자 탈의실을 몰래 보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은 공사장에 불량아처럼 들어가보고 싶다고 이미 다니는 학교를 자퇴하진 않는다.
또는 여자 탈의실을 들어가고 싶다고 남자 탈의실에 들어가기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냥 누구나 했을 수 있는 놀이이고
누구나 가질 수 있었던 충동인 것이다.

아이나는 그걸 거부했다.
게르다가 요구한 것은 많은 것이 아니었다.
릴리를 없애라는 것도 아니었고
아이나가 옳다는 얘기도 아니었다.
다만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아이나로서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아이나는 그걸 거부했다.
이전에 보여주던 부부 간의 신뢰를 생각해 봤을 때,
이건 분명 비정상적인 반응이고,
타의에 의한 억압이 존재함을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아이나 개인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아이나라는 인물 뒤에서 휘몰아치며 무너져 내리는 어떤 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감독은 다루지 않았지만.)
다시말하면,
아이나라는 개인은 이제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는 자율성을 잃고 반응할 뿐이다.
그의 반응은 그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하고
그에게 작용한 어떤 힘의 존재를 상기시킬 뿐이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그의 부모의 억압이나 사회적 분위기, 그가 내면화한 억압구조 등은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5) 아이나가 죽은 이유는 그 자신의 착각 때문이다.

영화를 통틀어 한 장면을 가장 긴 시간동안 비춰준 장면이 바로
2차 수술 후 죽기 직전 아이나가 게르다에게 울면서
'난 완전해 졌어'
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그 눈물을 5초 가까이 노골적으로 비춰주는 감독의 의도는 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아이나는
'내가 뭐길래 이런 사랑을 받는걸까'
라는 대사를 남기는데
재미있는 대사 조합이다.
아이나는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비정상적인 '고집'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그런 고집을 이렇게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스스로 감동할 만큼.
어떤 고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사회적으로 금지된 릴리를 갈구했던 것이?
그렇지 않다.
자신 안에 릴리를 키워가는 그 과정에서
남자로서 갖고 있던 다양한 취향들을 짓밟고,
자신으로서 맺어오던 사회적 관계들을 모두 부숴버렸기 때문에
그는 살아가 수가 없었던 것이다.
누구도 죽으라고 한 적 없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취향을 제한한 채로는
어떤 세상에서도 살 수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갖고 있는 취향 모두를 발휘하고 살아야만 한다.
어떤 한심한 삶이라도 모두 활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평등한 것이다.
아이나가 죽은 이유는 자신의 일부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착각 때문이다.
릴리만 될 수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것이라는 믿음,
릴리가 아닌 자신은 다 버리는 것이 더 온전히 릴리가 될거라는 믿음.
다른 자신들을 모두 챙길 때에만 릴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그가 죽은 이유다.
(몸을 잘못태어났네, 동성애를 이해못하는 사회에서 태어났네, 부인이 구박했네 하는 이유가 아니다)


6) 결국 아이나가 죽을 때, 남은 것은 게르다의 수준 높은 사랑, 뿐이다.

감독이 아는지 모르는지,
어느 순간 이후,
그의 정체성이 아이나건 릴리건
그는 작품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인물로서 흥미롭게 부각되는건
게르다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자기 감정에도 충실하고,
말로도 잘표현하고
그림으로도 잘 표현하고
해야할 일이 있을 때는 상황에 맞춰서 움직일줄도 알고
인간에 대한 연민의 취향도 갖고 있다.
장난칠 줄도 알고 진지할 줄도 안다.
이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거의 무슨 남자가 바라는 여자의 모든 덕목을 다갖춘 양 그려지고 있다.
그녀의 내적 갈등은 단 한번 밖에 나오지 않는데,
아이나가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보이콧하면서 생긴 심리적 외로움과
그 때 옆에있던 한스에 대한 혹하는 마음 뿐이다.
그나마도 갈등 수준에서 쇼부보고 전혀 불륜의 관계로 빠지지 않는다.
(185에 얼굴도 훈남인데 아버지가 대기업 총수고 공부도 잘하는데 운동도 잘하고,
단하나의 단점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점이지만 절대 바람은 피지 않는 남자 같은 느낌이랄까)

재밌는건,
한스도 거의 비슷한 급이라는 점이다 ㅋㅋㅋㅋ
그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면선도 절대 선을 넘어서 요구하지 않는다.
친구의 여자에 호감이 있으면서도 친구를 소중히 하는 마음도 전혀 바래지 않고 진중하다 ㅋㅋ
정말 멋진 사람 둘이 아닐 수 없다.(진심)


7) 결말은 아이나가 죽으면서 통한과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으면서 끝났으면-

어설프게 웃음으로 죽음을 추도하면서 끝내는게 아니라
극적으로 몰아쳐서 맞이한 죽음인 만큼,
아픔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흐름으로 가는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쓰기 시작한지 10시간이 넘어가자 무슨 소리를 하고 있었는지 까먹었다)

어쨋든 후진 영화는 아니다.
진정성있게 다가가려는 영화적 시도는 좋았다.
별점은 별 세 개.


151230_Daredevil을 보고- 미드


0.
연출 필 에이브라함(외 9명)
극본 드류 고다드(외 7명)
원작 프랭크 밀러(로보캅, 배트맨 크으)
주연 찰리 콕스(매트 머독 역), 데보라 앤 올(캐런 페이지 역), 엘덴 핸슨(포기 넬슨 역), 빈센트 도노프리오(윌슨 피스크 역)
제작사 ABC와 마블 스튜디오 공동 제작.
방영 넷플릭스




1.
원래 데어데블의 영상화 권리가 데어데블과 엘렉트라를 제작한 20세기 폭스사에 있었는데, 여차저차 해서 2012년 10월, 판권이 마블 스튜디오로 돌아옴. 그래서 티비 시리즈 기획, 2015년 4월에 공개. 시즌2 제작 결정, 2016년 중 공개 예정.

내가 생소하게 느끼는 점은, 방영방식이 일주일에 하나 둘씩 하는게 아니라 다찍고 4월 10일에 13편을 다 공개했다는 거다. 완전 신기. 인터넷 시대에 드라마가 시도하는 실험들 중 하나인가. 나름의 장점도 있겠다. 어차피 나같은 비미국인들(매주 보지않고 뒤늦게 찾아보는 사람들)은 이런게 훨씬 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공개 직전의 최후의 최후까지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 이래저래 좋은 점이 있는듯.

미국에서는 비평가와 팬덤 모두에게 호평이라는듯.



2.
난 마블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다. 그냥 하나하나 그런가보다 하고 보면서 작품 자체만 평가하는 편.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역시 폭력적 수단, 모순된 가치관, 갈등하는 자아로 점철된 '이중적인 주인공' 일 것이다.
덧붙이자면, 자신이 태어난 도시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개혁을 시도하는 극중 가장 히어로에 가까운 악당도?

제목만 빼고 본다면, 히어로물이라는 장르만 본다면 악당과 주인공은 완전 뒤바뀐 캐릭터다.
주인공인 매트머독은 '죽이지는 않는다'라는 자기합리화에 기대서 밤마다 사람을 못일어날 정도로 패고 다니며, 폭력으로 일을 해결해 나가는 어린(어리석은) 장님에 불과하다. 심지어 육탄전도 그닥 강하지도 않음.
다만 그의 주변 파악 능력이나(=퀸의 w예리한 감각 or 렉사이의 w진동 감지) 거짓말 탐지기(=궁예사마의 관심법 저리가라)는 사기급 능력인건 분명하다. 그외의 그의 초감각은 전투에 있어 그에게 장님임에도 일반인과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게 해주는 것밖에 못한다. 다시말하면 순수한 전투능력은 무술 좀 취미로 배우고 왠만큼 몸좋은 그저그런 젊은이.
다만 시각에 의존하지 않은 채 평소와 같은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어두운 곳에서 의외로 큰 장점으로 부각되어, 어둠의 뒷골목에서 게릴라 전을 하는데 맛을 들인 그는 이제 더이상 매일 사람을 패지 않고는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데...

농담이고, 어쨋든 그의 가치관은 너무나 불완전하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핑계로,
더 커다란 조직을 통해서 자신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핑계로 (그리고 주로 동양계, 흑인, 뚱땡이가 그 대상이 된다) 다시 못일어날때까지 사람을 패가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한다는 얘기가 '난 사람을 죽일순 없어!' 같은 순진한 얘기 하고 계시다.
이 복면의 폭력배를 만난 악당들은 모두가 당황한다. '이 무개념 새기는 뭐지. 아니 정의도 아닌것이, 우리랑 같은 편도 아닌것이, 그냥 지 꼴리는대로 사람 패고다니면서 일 방해하는 놈팽이 이거 뭐지. 논리라도 있으면 반박이라도 할텐데 이 빠가 새기 가치관이라고는 지 주변사람이 뭐하나 손해라도 보면 눈 뒤집고 달려드는데, 오지랖은 또 더럽게 넓어서 다 지주변사람이래 하 빡치네'

각본은 '감정적이어서 가치관이 희박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풀고 싶은 것은 아닌듯 하다.
왜냐하면 감정적이면서도 나름의 가치관이 뚜렷한 윌슨 피스크라는 대립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근데 또 각본이 엉성하다고 느껴지는게,
그 둘을 다 합쳐서 탈탈 털어봐도 정의에 대한 '정의'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말하면, 뭐가 악이고 뭐가 정의인지 정의할 수 있는 명백한 기준이 있어야 마땅히 가치관이라고 할텐데
이 두놈은 두놈이 쌍으로 다 지 눈에 보기 싫으면 불의고 악이어서 화가 풀릴때까지 패거나, 패서 죽인다.
뭐하는 놈들이지 이거.

어쨋든 중간중간 캐런을 통해서 인물의 전형성을 계속 의심케 하는 전개는 맘에 들었다.
(라고 쓰고 미친놈(년) 하나 추가요 라고 읽는다)

갑자기 12화 쯤인가 착하게 살던 우리 기자 아재를 죽여버리더니(솔직히 개충격)
착한 친구로 자리잡아가던 비서 아재도 죽여버리더니(솔직히 레알 개충격)
이 눈에 뵈는게 없는 폭력배 새기들 억제하던 억제기 두명을 없애버리고
상황은 개판으로 전개되어 버리면서 1시즌 끝.

그래 이렇게 된 바에야 어차피 진지하게 정의란 무엇인가 탐구하는 척 코스프레는 이제 그만두고
그냥 사랑 치정 질투 배신으로 점철된 뒷골목 느와르로 가는거야!
아니 매트가 몸이 괜찮고,(무엇보다 좋은점은 미친 죽을 상처도 다음 출동할 때쯤이면 그냥 말끔히 낫는다)
캐런이라는 캐릭터에 숨어있는 얀데레 기질도 잘 살려서
그냥 개싸움으로 가자.
ㄱㄱㅆ

*참고로 덧붙이자면 주인공이 휘두르는 맨주먹 폭력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 뭐 전투 기술이 엄청 멋있다기 보다는 나는 싫어하는 쓸데없이 잔인한 류. 친데 또치고 또쳐서 문드러져서 피터질때까지 친다 으으



3.
참고로 영어 듣기엔 나쁘지 않았다. 이 주인공 매튜놈이 멋있는 척 한다고 발음을 좀 많이 먹기는 하는데,
뭐 기본적으로 이 무식한 폭력배들이 주축인 이야기여서 뭐 어려운 얘기도 없고, 어려운 문법이나 숙어 같은 것도 별로 안쓴다 이 무식쟁이들. 니들이 그렇지 뭐 맞으면 욕하고 때리면 합리화하는거밖에 더있냐.
특히 맘에 드는건 약방의 감초 역할인 포기 넬슨의 수줍+활발한 영어. 발음도 정확하고, 속도도 느리지 않고, 말도 말같은 말을 많이 한다.

쨋든 시즌1까지 별점을 주자면
별 세 개 줄 수 있겠다.  
스토리도 크게 와꾸 빠지는 부분 없고, 액션도 준수하고, 영상미도 준수하고, 뭐 적당히 멋진 얘기도 하고, 속도감도 적당히 쥐었다 폈다 해주고. 대체로 적당하다. 굳이 말로 하자면 물 별 세개 느낌. 꽉찬 별 두개 반한테는 좀 위태위태한? 뭐 그정도. 이 정도 이야기 구도로는 절대 별 세개 반을 노릴 수 없겠다. 더 안좋은 점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하는 인물 둘이 급하게 죽어버리면서, 앞으로도 이 플롯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점이다...


1512228_콘크리트 레볼루시오 초인환상을 보고- 애니

0.
본즈 제작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감독은 강철연, UN-GO의 미즈시마 세이지.
제작진은 흑의 계약자 시리즈를 만든 본즈 C스튜디오.
분할 2쿨로, 2015년 3분기, 2016년 2분기.


1.
1쿨만 보고 말하긴 그렇지만,
느낌있다.
하려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하는 방식이 솔직히 딱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고
극을 이끌어 나가는 캐릭터들의 어우러짐이 주제를 구체화하는 역할이 충분히 논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간단하고 명료한 큰 축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초반부터 중후반까지 계속되는 시간의 뒤얽힘은
특별히 뛰어나고 어려운 기법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시청자가 작품을 보다 전체적으로 조망하게끔,
감독이 원하는 만큼 작품에서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끔 성공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야기의 구도는 초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초인과가
사실은 그 설립부터 죄없는 초인들을 죽여가며 설립되었고,
실제로 그 역할도 초인을 보호하는 것인지 감시하는 것인지 불분명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이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축을 이루고 있다.

그 안에서 감독이 구체화된 캐릭터들을 부딛치면서 하고자 하는 말은
지금까지는
초인들 각자에게 정의가 존재하며 그것들은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아직 마스터 울티마나 과장의 정체 같은 중요한 것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마무리 되었지만,
캐릭터들이 벌이는 갈등과 큰 스토리 축인 초인과 설립의 정치적 배경이
아직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두개의 다른 이야기를 병렬하고 있는 느낌이다.

어느 한 초인의 정의가 옳다라는 방식으로 마무리 지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체로 초인들을 단결시킬 외부의 적을 만들어서
개별 초인들의 정의 모두가 옳다! 너희의 차이는 공존의 가치이지 갈등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고,
그러려면 느낌상 이 악의 축 미국(과 그에 동조하는 일본의 세력들)의 초인병기 만드는 집단을
악으로 규정해서 싸울 가능성이 높아보이는데
그건 너무 재미없는 전개라서
앞으로 이 작품의 전개가 과연 예상대로 식상하게 흘러갈지,
아니면 과감하게 새로운 선택지로 두 이야기를 묶어낼지
관심이 간다.
(적당히 분량 채우다가 예상대로 식상하게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내가 비관적이기 때문이겠지...)



2.
전반적으로 좋았던 점은
전개의 자신감이다. 배경설명은 생략하고 직접 사건들로 설명을 대신하는 방식의 전개가
시간적으로 뒤섞는 방법과 시너지를 내서 작품에 상당한 속도감을 주고 있다.
무의미하게 형식적으로 시간을 뒤섞는 것에 치중하지 않고,
후반부로 갈수록 43년으로 집중되는 식의 나름의 강조도 좋았다.

브금도 엄청나게 명곡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작품의 무정부주의적인 느낌은 잘 살린것 같은 좋은 느낌.

개인적으로는 어스 에피소드가 뭔가 찡한 부분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안좋았던 점은
작화가 좀 좋지 않다는 점? 모처럼의 다양한 능력의 히어로 물임에도
액션적으로 매력어필이 안된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그나마 액션을 볼만한건 에쿠스 폭주장면 정도.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말하는 히어로들 사이의 정의가 빚어내는 갈등들이
하나의 큰 줄기로 모이지 못하고 그냥 파편화된 채로 방치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1류히어로와 1류개그맨을 포기하고 2류를 고집하는 개그맨이나
최대한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정의를 추구하는 어스,
아이를 좋아하는 도깨비나 요괴 에미 등의 캐릭터들은
벌써부터 더이상 메인 스토리와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기 어려워져 버렸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고 히어로 자신의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클로드와
사람들을 지켜주는 히어로를 지켜주고 싶다고 주장하는 지로의 갈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치적인 공작들만이 앞으로의 주제의식에 기여하게 될 떡밥으로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 딱히 작품 탓을 하고 싶은게 아니라
매화 완결성을 갖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다시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의 어려움이랄까.
옴니버스식으로 나열된 구성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얽히는 유기성이 부족한 느낌.

그래도 작품 분위기를 13화까지 잃지 않고 잘 이끌어 온 점은 매우 높이 평가하고 싶다.


별점은 세 개.
차라리 원펀맨 같은 식으로 개별이야기 위주의 일상물로 갔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151222_The Messengers를 보고- 미드

0.
감독  Eoghan O'Donnell 
출연  Shantel VanSanten(Vera),  Diogo Morgado(Devel),  JD Pardo(Raul), Sofia Black-D'Elia(Erin)
(Full Cast는 http://www.imdb.com/title/tt3513704/fullcredits?ref_=tt_ov_st_sm)

2015년 4월17일부터 7월 24일까지.
(미드는 어떤 식으로 방영기간이 정해지는거임?)
방영은 CW TV Network
제작은 Thunder Road Pictures, Warner Bros. TV, CBS TV Show


1.
8화까지 보고 든 생각은
완전 '파워레인저' 식 전개라는 점이랄까.
7명이 뭉치는 과정, 각자의 사정, 팀웍의 트러블, 악의 강세, 위기 봉착 등
거시적으로 큰 무리 없으면서
미시적으로 부딛치는 작은 개연성은 크게 개의치 않으면서
툭툭 전개해나가는
힘있는 진행.
전형적이었다.
영어 공부하려고 본 거라 별 상관은 없지만서도
8화까지 볼거라곤 에린(소피아 블랙 디엘리아)이 순간순간 미모 터지는 부분 밖에는 없는듯.

그러나 9화가 되면서 작품은 일전하기 시작한다.(이게 미드의 스퍼트 타임인가!)
애니만 보고 미드는 거의 안봐서 새롭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왜 하필 9화에서 터뜨리는거지?)
9화의 대반전에서부터
10 11화를 걸쳐 12까지 몰아치는 전개가 이전까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지루함을 다 날려버렸다.
급반전부터 다 좋았는데
13화에서는
그 전 메신저 나와서 개연성 없는 소리 찍찍 해대다 죽는거랑
갑자기 신이 손을 뻗쳐서 악의 홀스맨들 다 죽이고 메신저들 다살리는
(신폭 지리구요) 
급 no개연성 전개,
거기다가 갑자기 잘 있던 우리 에이미 얼굴 거꾸로 달고 2기 드립 치는거
3가지가 너무너무 별로였다.

뭐 인물 소개 다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마음껏 해나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작품의 전개 축 자체가 묵시록의 4 기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그들이 해제하려는 7봉인을 7명의 메신저가 막으려는 흐름인데
4기수는 다 죽고 7메신저는 그대로 유지되니까
새로운 4기수가 나오고 새로운 7봉인을 해제하는 가운데
+ 대천사 + 적그리스도 라는 뻔한 구도이기때문에
더 새로운 재미가 있을 설정의 확장은 없을것 같다.
개인적인 기대감은 0으로 수렴하는 중.

어쨋든 미드 보기로 하고 처음으로 본 미드라는 점에서 나에겐 의의가 깊다.
발음 난이도는 1번 기수랑 베라가 너무 말 빨리하는거랑 라울이 발음 엄청 먹는거 빼고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전문단어(정말 손에 꼽을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표현들 위주로 이루어진 좋은 대화였다.
굿잡.

별점은 작품으로는 별 두 개 반. 영어 난이도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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